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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어키를 찾아서-파묵칼레 (김희봉칼럼)

터어키를 찾아서-파묵칼레.jpg

벗이여. 파묵칼레(Pamukkale)로 향합니다. 하얀 목화성이란 뜻입니다. 그곳에 가면 하늘도 땅도 햇살마저도 모두 모과송이처럼 하얗게 흩날릴 듯 합니다. 그리고 밤새 내린 달빛이 소복히 목화송이로 피어나는 곳. 

친구여. 문득 여행이 사무치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동경의 성을 향해 밤새 걸어가면 다음 날 어김없이 달빛을 품은 목화송이를 내 손으로 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파묵칼레는 자연이 수 세기동안 석회석으로 지은 온천의 성곽이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언덕은 초록빛 캔버스에 누군가 큰 붓으로 흰 물감을 듬뿍 찍어 거침없이 일필휘지한 듯 합니다. 남한상성 만큼의 높이에 2km 나 뻗어있는 언덕은 햇살아래 흰 대리석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석회 선반은 칼슘과 중탄산염을 함유한 온천수가 수세기에 걸쳐 경사진 언덕 아래로 흘러내리며 만든 자연의 조각품입니다. 이 세상에 같은 현상으로 빚어진 경관이 많지만 파묵칼레는 순결한 목화성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비경이 되었습니다. 

지하에서 뜨거운 탄산수가 솟아나와 탄산가스는 증발하고 남은 침전물이 크고 작은 계단을 층층이 만들며 대지 전체를 덮었습니다. 마치 수백개 계단식 논처럼 둘레는 흰 둑을 두르고 그 가운데 파란 물이 고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의 품에 안긴 하늘. 

벗이여. 문득 글도 이렇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에서 분출되는 뜨겁기만한 설익은 감정들을 일단 탄산가스를 뽑듯 걷어내야겠지요.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순수한 상념들을 서서히 가라앉히고 농축시켜야겠지요. 그런데 생각을 침전시키는 모습을 파묵칼레에서 봅니다. 

파묵칼레는 단단한 생각 한 가운데 항상 자연이 비치는 유체적 공간을 두었습니다. 세월가면서 점점 각질화되어가는 사상의 중심에 하늘의 빛이 담기고 바람이 쉬어갈 수 있는 흐름을 마련해놓았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글도 이런 조화로움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요즘도 글 쓰는게 부끄럽기만 합니다. 

파묵칼레 언덕 뒷편엔 BC190년에 지어졌다는 옛 도시, 히에르폴리스가 숨어있었습니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그레코 로마와 비쟌틴 시대를 거치며 흥했던 역사를 보여주듯 뭇 교회당과 야외공연장, 목욕탕 등의 흔적들이 여러 곳 남아있습니다. 로마황제 도미시안에 의해 십자가에 못박혔다는 빌립 사도의 순교비 아래서 잠시 그 고통의 순간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넓고 긴 공동묘지입니다. 병든 몸을 이끌고 온천의 치유능력을 믿고 왔다가 수천년 동안 죽어간 사람들이 묻힌 돌무덤들이 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죽은자들의 무덤을 등지고 살아있는 이 찬란한 순간을 감사해하며 석양을 바라봅니다. 옛날 아픈 몸을 이 온천수에 담근 사람들도 이 석양을 바라보며 목숨을 빌었을 것입니다. 석양은 희뿌연 하늘 빛을 유지하다가 점점 연홍색으로 짙어집니다. 어느 순간 목화송이같이 소리없이 떨어집니다. 

친구여, 하늘아래 영원한 것이 없을을 새삼 느낍니다. 하세월 펑펑 쏟아져 나올 줄 알았던 온천수가 이젠 바닥이 난지 꽤 오래라고 합니다. 주위에 관광숙박소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서 지하수를 고갈시켰기 때문이라지요. 관광객이 들끓는 곳에만 눈가림으로 물을 펌프질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생수를 잃은 파묵칼레가 흰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목화송이는 더 피지않고 석회 연못엔 더러운 먼지와 때가 끼었습니다. 자연은 사람을 사랑하는데 사람은 자연을 망치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목화성이 허물어져갑니다. 밤새 내린 달빛이 고일데가 없겠지요. 자연의 숨결이 흐르지 않는 죽은 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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