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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그리스-터키, 열흘간의 낭만2009-09-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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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위 - 지중해의 사로닉 해협에서 가장 큰 섬인 에기나 섬 (Aegina Island )
아래 - 파르테논 신전(Parthenon) 앞에서 우리 부부

그리스와 터키의 땅을 밟았던 열흘, 이 짧은 기간은 나에게 참으로 커다란 아쉬움과 함께 많은 것을 남겨준 시간 이었다.  그리고 낯선 얼굴들끼리 모여서 정해진 기간을 미리 짜인 스케줄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군대 생활이었다.  우리는 열흘간 같은 공간에서 한 사람(Guide)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생활 하였던 여행이라는 군대생활의 동기생들이 된 것이다.    
우리 팀은 고학년이 많이 모여있었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었겠지만 이번 여행 중에 단 한번도 서로 낯을 찌푸리는 일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오히려 서로를 섬기면서 여행이라는 단기복무를 즐거움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감사 하고 싶은 첫 번째 항목이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고학년들에게 필수 조건인 편한 잠자리와 좋은 음식에 관해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이것은 아마도 고학년들을 의식한 여행사의 배려였겠지만 이것도 감사하고 싶은 대목이다.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관광지의 몫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드리고 소화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각 개인의 몫이다.  이 소화 과정을 좌우하는 효소(Enzyme)가 있으니 우리는 이것을 Guide라 부른다.  효소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여 주면 먹는 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겠지만 효소가 없으면 보는 것이 그림의 떡이고 신통치 않으면 배탈이 날수도 있다.

   그리스에서는 단 이틀간 묵었으므로 특별히 할말이 없지만 터키에서는 태극기를 버스 앞에 붙이고 다니면서 해박한 지식과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며 지칠 줄 모르는 설명을 쏟아 내던 젊은 Guide를 만났는데 그는 오래도록 우리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는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하였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였다.

   그리스: 현대 서구문명의 요람 - 무엇이 남아있나
   그리스는 대략 남한영토의 1.9배, 남한인구의 20%, 인구당 경작지는 남한의 7.5배를 가지고 있다.  경작지는 비옥하고 기후도 좋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온 나라가 법적으로 낮잠 자는 시간을 지킨다면서도 일인당 국민소득은 한국보다 앞서서 년 $32,000.00 이다.  무엇 때문일까.
   조상들 덕으로 관광수입이 국가 재원의 첫 번째이고 해운업이 그 다음이라니까 육지에서는 낮잠을 자도 그런 수준이 유지된다는 것 일까?   어찌되었든 국민들이 쉽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관광지의 길바닥에 누워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많은 개들만 보아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테네의 아침은 온화했고 소박한 편이였으며 도시의 거리와 주변환경, 심지어는 물 관리까지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오렌지가 매어 달린 가로수는 인상적 이였다.  하지만 이름난 관광지의 주변에도 상점이 없는 것은 의문스러웠다.  

관광객의 주머니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관광지 주변환경의 정화 유지 차원의 정책 때문이었을까.  다른 관광국들에 비해서 심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첫 번째 행선지는 당연히 세계 문화재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였다. 신전이 있는 아크로 폴리스(Acropolis)언덕 위에 올라가서는 열심히 증명사진들을 찍어대기는 하였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감격도 놀라움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아마도 이문화재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던 탓도 있고 내가 Egypt의 더욱 거대한 신전들을 보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곳은 복원공사가 한참 진행 중 이엿다.  복원공사가 끝난 파르테논 신전은 사본 섞인 원본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원본 섞인 사본이 되는 것인가.  원본은 원본이고 사본은 사본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성형수술을 밥 먹듯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놀래지도 아니했거니와 큰 관심도 없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곳을 둘러 보아야 하는 일정에 따라서 Sunion Bay, Sintagma 광장, 근대 올림픽경기장, 대통령관저 등을 정신 없이 휘젓고 다녔는데 특별히 기록할만한 것은 없었다.
  
    Ferry를 타고 에게해를 한 시간 항해하여 에기나 섬이라는 곳에 갔었다. 이곳에서는 기원전 8세기에 세계최초로 동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때 융성했던 곳이었던 것 같다.  또 오늘날의 휴양지로써 한가로움을 맛보게 하는 여유로운 곳으로 부둣가의 물조차 유난히 맑고 깨끗했던 것은 인상적이었다.  관광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인구의 규모가 남한의 5분의 1밖에 안되지만 그리스는 내세우고 싶은 이름들이 많은 나라다.  그리스에서 우리들의 마지막 행선지는 그 많은 기라성 같은 이름들의 집합장소였다.  아테네 대학과 국립도서관, 그리고 Academy(현재 쉽게 쓰이는 단어이지만 사전에는, “옛날에 Platon이 제자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던 Athens의 장소”로 쓰여 있다)가 있는 곳이다.  그리스가 자랑하고 싶은 대표적인 인물들은 아테네 대학의 넓은 현관 전면에 그려져 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르키메데스, 알렉산더 대왕, 심지어는 사도바울(바울은 현재의 터키 땅에서 태어났지만 그리스에서 더 많이 활동하였다고 함)까지 그림으로 그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도 그들 가운데 포함될 수 없는 이름 하나가 있으니 현재 유럽이라는 이름의 근원이 되었다는 아름다운 여신의 이름 Europa(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황소의 몸으로 변하여 나타난 Zeus 신의 등에 엎혀갔던 여신)이다.  이 여신의 얼굴이 실제 인물들과 함께 그려있지 않음으로 해서 실화와 신화를 구별한 것은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 것이다.  그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은 2 EURO 짜리 동전에 황소 등에 앉은 채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많은 것들이 그리스인들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으로 채워지고 있는 듯 했다.
   여행에서는 아는 것만큼만 보인다고 하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이 곳 그리스에서 나의 눈에는 별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관광객으로 이곳에 와 있다.  보이지 아니하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학자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깨달아 알 수 있게 하는 동기와 근거조차 마련해 주는 것도 관광지의 몫이다.

   그리스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2 Euro 짜리 동전은 한국의 풍산금속에서
찍어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리스의 두 번째 산업인 해운업에서도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선박들이 많이 쓰여지고 있다.  알키메데스의 후손들은 그 동안 무엇을 하였나. 온 나라가 법적으로 낮잠 자는 시간을 지킨다는 것이 그리도 급했던가.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을 볼 수 없는 눈을 가지고 있던 나는 볼 수 있는 것 조차 보지 못하게 된 것을 다시 한번 섭섭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올림픽의 종주국인 이 나라에서 또다시 올림픽의 개최국이라는 명예를 입고 스스로의 건설기술의 꽃이라고 자부하면서 만들어낸 2004년의 올림픽스타디움을 볼 수 없었던 것이 그것이다.  로마의 옛날 Coliseum은 틀림없이 보여주는 여행업체들이 그리스의 현대 스타디움은 왜 못 보여 주는 것일까.  아테네의 지하철을 타고 가서 올림픽 스타디움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지금도 유감이다.  아테네의 지하철 칸마다 또 다시 한국 일꾼들의 손때가 묻어 있을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도 아니하고 귀에 들리지도 아니하는 그리스 신화를 실화(実話)와 함께 섞어서 우리머릿속에 꾸겨 넣으려 하는 것보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여행업체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그리스를 떠나면서 나는 자존심으로 채워진 몰락한 선비의 가정을 다녀간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신정윤
미 토목학회 회원, PE- 토목/구조 전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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