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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고도, 모로코의 페즈

모로코로 가는날,
스페인 여행중에 한걸음 훌쩍 뛰어 넘어 검은 대륙 끝자락이나마 아프리카의 땅을 밟아 볼수 있다는
기대감과 회교의 신비가 가득한 모로코의 이색적인 문화를 만날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나는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모로코로 들어가는 쾌속 페리를 타기 위해 타리파 항구에 도착하니 지브랄타 해협을 넘어 아프리카의
땅덩이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인다.
버스를 실은 페리는 2시간도 채 못되어 모로코의 항구 도시, 탕헤르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많은 관광객과 상인들, 호객꾼들로 소란스런 모로코의 첫 인상은 활기가 있기는 하지만 어딘지 어둡고
한눈에 유럽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 낯선 여행객들을 긴장하게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시내에 있는 호텔로 가는 동안 저녁 해는 지중해로 기울고 탕헤르에는 막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카페들이 즐비하고 하나같이 테이블이 거리 바깥으로 나와 있는데 여자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고 가로등도 없는 어두움 속에 공허한 눈빛을 한 남자들만 떼를 지어 유령처럼
앉아있다.

내가 지금 무슬림의 땅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저녁 외출을 포기하고 호텔 방으로 올라와 바깥 거리 풍경을 내려다 보고 있자니 그때 어디선가
주문을 외는것 같은, 기도를 유도하는 무앗진의 낮은 외침이 울려 퍼진다. 일시 웅성거리던 거리의
소음도 멈춰지고 까페에 나와 앉았던 남자들도 메카를 향해 엎드려 기도중인가 잠시 온세상이 함께
정적속으로 빠져든 듯 하다.

모로코는 우리들에게 모로코라는 나라 이름보다 한편의 영화 때문에 ‘카사블랑카’ 라는 도시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나라이다. 이 나라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문화의 다양함을 한꺼번에 느낄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아직도 우리들에게는 신비한 사하라 사막이
있고 또한 영화 ‘카사블랑카’ 에서 헐리우드가 만들어 낸 환상의 도시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에 흑백 영화로 보았던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트 버그만의 사랑을 기억하고 떠나가는 여자를
지켜주기 위해 위험도 마지 않던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을 기억한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던 ‘카페 아메리칸’의 낭만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사람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모로코에서 가장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상업 중심지인 카사블랑카는더 이상 영화에서
본 것 처럼 낭만적인 도시는 아니라고들 말한다.

“카사블랑카에는 험프리 보가트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가이드의 설명에 그동안 품어 왔던
우리들의 환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언제나 그런것 처럼 영화의 장면들은 우리 기억의
추억속에서 더 아름답게 남아 있는 법이다.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최대 상업 도시로 현대 세계의 중심으로 가고 있다면 페즈는 과거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도시이다.
모로코 여행중 가장 기대했던 페즈를 보고자 우리 일행들은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모로코는 각
도시마다 한국의 재래시장 같은 크고 작은 메디나가 형성되어 있는데 인구 18만명이 살고 있다는
이곳 페즈의 메디나는 그 규모가 세계 최대로 천년을 넘게 같은 모양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한다.
9세기에 형성이 되어서13-14 세기에 마라케쉬를 제치고 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번성한 이곳은 나중에
정식 수도는 라밧으로 옮겨 졌지만 오늘 날까지 문화와 종교의 중심으로 지켜지고 있는 곳이다.
또한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과거의 중심을 보고자 세계에서 찿아오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안달루시아 성벽과 알모하드 성벽으로 둘러 싸인 메디나는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 처럼 뻗어 있어
현지 안내자 없이는 도처히 길을 찾을수 없다.
끝없는 미로로 연결되어 있는골목 골목마다 조그마한 식료품과 야채, 향로, 과일 가게, 전통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가 하면 이 나라의 주요산업인 수공업 직물가게와 재래식 가죽 공장들이 자리 하고
있다. 또한 상가와 더불어 주거 지역이 형성되어 있고 지금은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지만 인구 2만명을
수용한다는 세계 최초의 대학인 까라윈 대학이 이 안에 자리 잡고 있으니 안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그 규모가 놀랍기만 하다.

아리비안 나이트에서 나온것 같은 고풍스런 나무 문을 지나 가게인가 하면 또 다른 골목이 나오고
골목인가 하면 가게가 들어서 있다. 그 좁은 골목길로 자기 몸의 두배가 넘는 짐을 실은 나귀가
뒤뚱거리며 지나가면 사람들은 한쪽으로 몸을 비켜 당나귀가 지나갈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호기심과 경계심으로 두리번 거리는 관광객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방향 감각을 잃은 우리들은
행여 일행을 놓칠세라 그저 굴비처럼 엮여서 현지 안내인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갈수 밖에 없다.
한참을 무작정 따라 가다보니 좁은 계단위로 가죽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나오고 다시 그 옥상으로
올라 가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가죽 염색 공장이 그림처럼 눈아래 펼쳐진다. 공장이라고 하지만
기계는 하나도 없고 색색의 천연 염색이 담긴 둥근 탱크에 동물의 가죽을 넣고 일일이 사람손을
거쳐 염색을 하고 다시 햇빛에 건조시키는 재래식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죽의 털구멍을 없애기 위해 비둘기 똥을 사용하다는데 역겨운
냄새가 지독해 코를 막고 서 있으니 눈치 빠른 모로코 상인들이 얼른 민트 잎을 한웅큼 가져다
손에 쥐어 준다.

모로코는 지금까지 수백년 동안 이 같은 방법을 써오고 있고 그 가죽의 좋은 질과 부드러움은
세계적 널리 으로 알려져 밀라노와 파리등 유럽의 유명 브랜드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한다.

중세 시대 그대로의 건축물과 현제의 삶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 때문에 이곳은 모로코 여행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다.
가장 모로코다운 모로코를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라고도 할수 있을것 같다.
나는 과거의 시간으로 역류해 천년전 모로코인들이 지나던 그 길위에 서서 잠시 세월의 깊이을
음미해 본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관광객들을 매료하는 모로코의 독특한 문화 에도 불구하고
높은 문맹률과 범죄율로 열악한 환경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국민들의 얼굴은 감출수가 없다.
스페인으로 돌아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항구로 향하는 길에 버스가 잠시 신호를 받고 서 있는 사이
소란스런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 보니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버스에 매달리려고 뛰어 들고 있었다.
생명을 걸고 모로코를 탈출해 유럽 대륙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젊은이들과 아이들 때문에
운전 기사들은 페리를 타기 전에 극도로 신경을 곤두 세우게 된다. 저녁에는 버스를 잠시만
세워 두어도 밀입국을 하려는 아이들이 버스 아래로 숨어 들기 때문에 사실은 모로코에 도착하는
첫날 밤부터 우리 단체의 운전 기사인 안토니오는 수시로 주차장으로 내려가 버스 밑을 확인하곤
했다. 달리는 차에 매달려 있다가 부상은 물론 생명을 잃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는데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생명을 걸고 유럽으로 밀입국 한다 해도 어떻게 살아 갈수 있을지 보는
여행객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다.

안토니오가 속도를 내고 달리는 순간 매달려 있는 아이들은 떨어져 나갔지만 잠시 짧게 눈빛이
마주친 한 아이의 눈망울에 원망이 담겨 있다.
여행을 왔다 떠나 가는 우리들은 이곳에서 좋은 추억만을 가져 가길 원했지만 이런 어두운 현실과
마주하고 나니 마음이 아프다.

또 다시 아잔의 부름은 모로코의 땅위에 안개 처럼 울려 퍼지는데,
그들의 위대한 신의 가호가 그 아이들에게도 함께 하기를 …

27 Nov., 2007
Joanne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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