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와서도 생각나는 터키의 맛
8년 만에 다시 찾은 터키는 많은것들이 변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도시의 분위기는 활기에 넘치고 사람들의 인상은 더 밝아진것 같다. 차를 한잔 마시고도
100만 리라가 넘는 요금으로 계산을 불능케 했던 터키 화폐가 끝 6자리를 과감하게 잘라내어 간편화 되었는가
하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 나라로 소문난 터키에서 우리가 여행하고 있던 5월 19일 부터 처음으로 실내 금연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아직 대부분은 지켜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금연은 터키에서 큰 변화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빠르게 바뀌어 가는 이스탄불을 변함없이 낭만의 도시로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보스포로스 해협에는
150년전 오스만 제국이 꿈꾸었던 터키의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해 주는 대 규모 해저 터널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을 형제나라 라고 부르는 터키는 어딘지 모르게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데 어느 도시를 가도 아이나 어른이나
표정들이 밝고 친절하다. 특히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반색을 하면서 “대한 민국 짜자작-짝짝 “ 월드컵 응원가가
바로 따라 나온다.
그만큼 이제 한국은 터키에서 많이 알려진 나라인 것이다.
어떤 나라를 여행할때 여행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케 하는 문화 유산과 더불어 그 나라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
를 가지고 있다면 그 나라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터키의 음식문화는 중앙 아시아의 유목 음식 문화에 무슬림의
음식 문화, 그리고 유럽에서 온 비잔틴 제국의 영향을 받은 지중해 음식 문화가 오랜 세월과 더불어 발전하면서
다양하고 독특한 터키의 음식 문화가 만들어 졌다는데 한나라가 가진 음식 문화가 바로 그 나라의 역사를 이야기
해 준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터키에 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항아리 케밥, 피데, 터키쉬 커피’ 이 세가지
를 수첩에 적어 놓고 현지 여행사에 항아리 케밥과 피데는 단체 식단에 꼭 넣어 줄것을 미리 말해 두었다.
터키쉬 커피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더 짙은 커피이니 단체 음식에 따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중 하고 싶은
목록에 적어 두었다.
터키 여행중에 식당에서 끼니 때마다 나오는 음식들을 가만히 보면 참 건강식이다. 언제나 신선한 야채와 과일,
다양한 종류의 요구르트와 치즈가 풍성하고 소금을 넣지 않은 고소한 빵, 에크멕과 양념을 해서 익힌 양고기나
소고기, 혹은 닭고기 케밥이 주로 나오는데 케밥에 사용하는 고기를 양념하는것 외에는 음식들이 거의 다 좀
싱겁다고 생각될 만큼 단백하다. 샐러드는 신선한 야채에 올리브 오일과 식초만 살짝 뿌려서 먹고 소금물에 절인
올리브를 한국 장아찌 처럼 반찬으로 먹는다.
터키의 피자, 피데
터키를 소개할때 대표 사진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파묵칼레는 석회붕 온천으로 유명한데 석회 성분을 함유한 온
천수가 오랜 세월 동안 경사진 바위 위를 흘러 내리면서 그 이름처럼 눈부시게 흰 신비한 모양의 ‘목화의 성’을
만들었다. 치료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파묵칼레의 온천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몸을 담그고 온천을 즐겼는데 이제
는 물도 많이 말라 몸을 담글수 있는 물조차 남아 있지 않고 많은 관광객들로 석회붕이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신발을 벗고 발을 담글수 있게만 허락하고 있다.
파묵칼레 관광을 마치고 콘야로 출발 하기 전에 테라스가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기다리던 피데가
샐러드, 요구르트와 함께 전체로 나왔다.
터키에는 피자헛도 리도 피자도 찾아 볼수 없지만 미국의 피자같은 터키의 피데(Pide)가 있는데 납작하게
밀어서 만든 밀가루 반죽에 저민 고기나 야채,토마토 쏘스를 살짝 얹어 화덕에 구워 나온다. 현지 터키인 가이드
압신이 먹는 방법대로 샐러드에 나온 잘게 썰은 상추를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요구르트를 발라 먹으니 고소한 맛
과 야채맛이 어울려 그냥 먹는 피데 맛보다 더 맛있다.
터키 사람들은 식사후에 크라바(Baklava)라고 하는 디저트를 즐기는데 설탕에 절여 조그맣게 네모로 썰어
내오는 페이스츄리 파이 이다.
작은 크기의 파이위에 색색의 고명을 올린 모양이 한국 과자랑 비슷하게 생겨 얼른 하나 집어 입어 넣으면
그 짙은 단맛에 목안이 다 얼얼해 지는것 같다. 이런 단 맛나는 디저트를 터키 사람들은 잘도 먹는다. 애플 티를
마실때도 독하고 짙은 맛을 내는 터키커피를 마실때도 꼭 함께 먹는다.
항아리 케밥
외계인의 도시라 불리는 가파도키아는 3백만 년 동안의 지진과 화산 폭발,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신비한 버섯모양
의 기암들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인데 자연이 만들어 낸 멋진 야외 조각 전시회에 온 기분이다.
항아리 케밥은 이곳 가파도키아의 전통 음식인데 오전에 지하 도시인 데린쿠유를 관광하고 괴레메 마을로 가기전
에 항아리 케밥을 하는 식당으로 향하는데 아무리 둘러 봐도 건물도 간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언덕을
돌아 서면 바위를 뚫고 지하 도시 처럼 바위 언덕 아래 식당 입구가 보인다.
아라비안 나이트에나 나올듯한 분위기의 식당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에서 보기와는 달리 넓은 내부와 멋있는
실내 장식에 놀라 들어오는 사람마다 “ 와 “ 하고 탄성을 지른다.
돌로 만들어진 긴 테이블 마다 예쁜 붉은색 등을 씌운 촛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악사가
터키 전통 악기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위스키다르’를 연주한다.
곧이어 개선 장군 입장하듯 두명의 웨이터가 큰 항아리가 올려진 은쟁반을 어깨에 올려 들고 테이블 앞에 와서
써브를 해 준다. 항아리 케밥은 흙으로 만든 항아리 속에 케밥 고기와 토마토 쏘스에 양념한 감자, 가지등을
썰어 넣고 항아리 채로 돌 오븐에서 넣어 약 3시간 쯤 가열한 다음 꺼내서 바로 손님들 앞에서 항아리의 주둥이
를 깨고 안에 있는 안에 있는 요리를 꺼내 주는데 우리가 간 식당은 항아리가 아까운지(?) 깨지는 않고 안에 있는
음식만 꺼내 준다. 항아리에서 막 꺼낸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단백한 케밥 고기와 야채에 살짝 볶은 밥을 곁들어
먹으면 한국 음식은 까맣게 잊어 버릴만큼 맛있다.
사람들은 “위스카다라 기데리켄 알드다 빌으 야아물” (‘위스키다라 갈때에 비를 맞았네)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항아리 케밥을 맛있게 먹었다.
직업상 해외 여행을 많이 하는 나는 여행을 하고나면 여행한 나라나 도시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을 쓰곤 했었는데
이번 터키 여행을 마치고 나니 터키의 음식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다.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를
끼고 있는 터키는 그 지리적 특성만큼이나 동서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어 여행을 하는 동안 먹는 음식들
은 맛도 있고 재미도 있어 우리의 여행을 더욱 즐겁해 해 주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도 나는 그 맛이 그립다.
Joanne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