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Camino de Santiago) #1

모니카 이 | 12/13/2017

십여년 전 친구로부터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는데 한달 넘게 계속 걷는거래’라는 말을 처음 듣고 호기심에 인터넷을 찾아보던 기억이 새롭다.  갈라진 홍해 바다 사이에 놓여진 바다길처럼, 사진 속에는 푸른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을 뚫고 지평선까지 닿아있는 외줄기 길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젠가는 나도 저 길을 걷고 싶다’고 꿈꾸던 바램이 드디어 지난 9월, 필자를 그 길 위에 서게했다.

 

불혹의 나이에 늦깍이 대학원생으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며 치열하게 살았고, 졸업 후에는 비영리기관에서 열정을 다해 보람있게 일했던 지난 9년.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오느라 지친 몸과 굳어진 마음한테 미안해서 휴직서를 내고 몇달 동안 쉬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대학으로 떠난 후 덩그러니 드러난 빈둥지, ‘이제 남은 인생의 후반기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감수성 풍부한 갱년기 아줌마 마음을 심하게 흔들었다.  그렇게  제2의 사춘기를 보내던 중, 지인에게 빌린 산티아고 가이드 북에 씌여진 ‘우리의 삶에 파문이 인다면… 산티아고로 떠나야 한다’는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날부터 오랜 버켓리스트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 : 산티아고 가는 길)’ 순례길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번도 가본적 없는 스페인, 한달 동안 18lb 배낭을 매고 500마일(800km)을 걷는 일.  매일 평균 17마일을 걸어야하는데…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평소에 등산과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막상 낯선 길을 한달 동안 혼자 걷는다고 생각하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가이드 북과 관련 정보를 인터넷과 유투브에서 찾아 읽으며 두달 정도 사전준비를 하다보니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자신감이 커졌다. 어떤 이는 ‘쉴 때 그냥 한국 가서 놀고 쉬다오지 그래?’라고 말했지만, 그 길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복잡한 마음과 머리가 지칠 때까지 넋 놓고 마냥 걷고 싶은 나의 열망은 점점 커져갔다. 그래서 40대의 마지막 생일날, 오랫 동안 꿈꾸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내 속에 살아 숨쉬는 내면과 매일 조우하던 시간.  엄마의 품속 같은 하늘과 땅과 바람이 어루만져주는 치유와 회복의 손길.  하루에 8-10시간을 거의 혼자 걸으나 한번도 외롭다고 느낀적이 없었다. 어깨에 짊어진18 lb 배낭이 한달동안 나의 전 재산이지만 마음을 풍성하게 채우던 만족감.  많은 사람들의 버켓 리스트인 카미노(길) 위의 감동을 앞으로 4주에 걸쳐 함께 나누려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오늘은 그 길의 역사와 배경 등 기본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다음주 부터는 심리상담사인 필자가 길에서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하늘과 자연이 가르쳐준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누며 3주 동안 독자들과 함께 걸으려 한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주의 주도로서 정식 이름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빛나는 별 들판의 산티아고)’이다.  스페인어 Santiago는 우리말로 성(Sant) 야고보(Iago)로 불리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며, 영어로는 성 제임스(St. James)로 불린다.  어부였던 그는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된 후 복음전파를 위해 예루살렘에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의 포교활동은 실패에 가까왔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자마자 헤롯에게 참수형을 당했다. 

 

야고보가 죽은 후 그의 제자들이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그가 선교하던 스페인 북서부 해안 ‘Finis Terre (땅끝)’에 와서 묻었다. 잊혀졌던 그 곳은 813년 수도사 펠리요가 ‘밝은 빛/별’에 이끌려 이곳으로 찾아왔는데 그 때 발견된 유해가 성 야고보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를 스페인의 수호 성인으로 모시게 되었고,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객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산티아고를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성스러운 도시로 선포하여 기독교 3대 성지(聖地)의 한 곳이 되었다.  11-12세기에 순례자가 급증하면서 교회와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천년을 이어오는 순례길이 되었다.   


          1982년 교황이 산티아고를 방문하면서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유럽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1987년 유럽 연합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유럽의 첫 번째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993년에는 유네스코가 이 길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새롭게 관심을 받게됬고, 《연금술사》 저자 파울로 코엘료가 산티아고 길을 걸은 후 이 길이 더욱 유명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혼자 가? 위험하지 않아?’였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에서는 이 길을 100km 이상 걸은 사람들에게 순례자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데,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약 28만 명이 순례자 증서를 받았다. 이중 절반이 7-9월에 걷기 때문에 혼자 가지만 혼자 고독을 즐기며 걷는 기회는 많지 않다.  특히 마지막 100 km 구간에는 20-30명이 거의 그룹으로 걷게 되어 더 이상 순례길의 고즈넉함을 기대하기 어려워 아쉬웠다.   

 

흥미로운 통계를 보면 10년 전 41% 이던 여성 비율은 48%로, 60세 이상은 5%에서 18%로 증가했다.  2006년 휠체어를 타고 완주한 순례자가 11명이였는데, 작년에는 125명으로 늘어났다. 순례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스페인(55%)이고, 다음은 이탈리아(16%), 독일(14%), 미국(10%), 포르투갈(5%)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 한국인 완주자는 4,544명으로서 전체의 3%(9위)를 차지하고, 비서구권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많다. 태극기와 한글을 자주 만날 수 있어 반가왔고 큰도시에는 컵라면과 라면도 판매한다.  아쉽기는 모든 대륙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과 흑인, 동남아시아 사람은 10명도 안되었다.  대부분의 순례자가 종교적/영적 이유로 이 길을 걷지만 약 10%의 사람들은 종교적 이유가 아닌 문화체험과 내면의 휴식의 목적으로 이 길을 걷는다고 한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모든 길에는 순례자들을 위해 조가비와 함께 노란색 화살표가 여러 곳에 있어서 처음이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한번에 4-5주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이들은1-2주일씩 끊어서 몇년에 걸쳐서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기도 하고, 자전거나 말을 타고 순례길에 오르기도 한다.  매일 12시에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는 순례자 미사가 있는데 몇천명이 모인 미사 또한 큰 감동이였다.  오늘 서술한 단편적 정보 뒤에 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다음편 피레네 산맥을 넘는 이야기부터 시작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웹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관련 정보>

  • 웹사이트
  • 대한민국 순례자 협회 : caminocorea.org/
  • 영문 웹사이트 (1) caminoways.com (2) santiago-compostela.net  

                                   (3) www.caminoadventures.com

  • 추천하는 가이드북
  • 산티아고 가이드북 (작가 : 존 브리얼리) 2010년
  • Pilgrim's Guide to the Camino De Santiago : St. Jean-Roncesvalles-Santiago

 (Author: John Brierley) Yr. 2012

 

  • 관련 영화 : The Way (감독 : 에밀리오 에스테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