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천개의 얼굴, 인도

한스 | 6/9/2010





지난 2009년 3월,  나는 두번째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오면서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다.  같은 곳을 여행하면서 왜 어떤 사람들은 인도를 더럽고 불편한  최악의 여행지로 이야기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신비하고 경이로운, 죽기전에 꼭 가 봐야 하는 나라로 극찬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인도는 두번의 짧은 여행으로 감히 어떤곳이다 라고 쓰는것 조차 쉬운일이
아니었다. 알고자 하면 할수록 우리의 상식이나 관념을 초월하는, 극과 극의 상반되는 수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 어떤때는 어처구니 없이 황당한 모습으로,  또 어떤때는 더없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여행자
들을 밀고 당겨댄다.

오랜 세월동안 인도가 겪어온 고단한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 속에 복잡한 정치와 종교까지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인도는 그  이름 만큼이나 다른 모습들을 가지고 있었다.  

수천년동안 뿌리내려온, 불평등이 평등이  되는 카스트 제도가 지금도 전반적인 인도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곳,   한쪽에서는 미래를 이끄는 세계적 수준의 IT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가 하면 그런 발전의
현장 한가운데에도 고대부터 변하지 않는 적나라한 원시성이 그림자처럼 함께 따라 다니고, 육체를
초월해 영원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의 정신 문명과 철학이 있는가 하면 먹을거리를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비인간적인 삶이 있다.  과학적이고 미신적인,  신성하고 부정한, 아름답고 더러운, 과거와 미래,  
그런 극과 극의 상반되는 수많은 모순을 한 얼굴에 가진, 그런곳이 인도였다.  

온갖 장신구로 치장한  여자들의 몸에서도 인도의 이중적인  얼굴을 볼수 있는데 인도에서는 목걸이나 
팔찌를 하고 다니는 남자들도 흔히  볼수 있지만 특히 여자들은 장신구를  많이 하고 다닌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색색의 화려한 사리로 몸을  휘감고 순금으로 된 팔찌와 목걸이를  주렁 주렁 달고 다니
지만 잠시 아래로  눈길을 주면 위의 치장과는 다르게  때와 먼지로 꼬질꼬질한 새까만 맨발을 볼수 있다.
인도인들은 머리는  신성시 하지만 신체중에 허리 아래, 특히 발을 천대한다는데  몸에 한껏 치장을
하고도  소똥, 개똥이 천지에 널려 있는 길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걸어 다는것을 보면 마치 인도
사회에서 우대받는 브라만과 천시당하는 불가촉민이 함께 어울려 사는,  카스트의 전 계급을 한눈에
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인도 여행중에서 가장  인상적인곳,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에는 죽음과 삶이 사이좋은 이웃처럼 다정하게
공존한다.  해가 뜨기도 전, 푸른  어둠이 깔린 강가는  새벽 안개와 시체들을 화장하는 연기로 자욱하고
화장한 재들이  강물에 섞여 흘러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화장터 옆에는 성스러운  물에 죄를
용서받으려는 사람들이 주문을  외며 몸을 씻고, 또 한쪽 옆에서는  무심한 표정으로 빨래를 하는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되는 그런 곳이다.
내 눈에 보이는  갠지스 강은 온갖 오염으로 더렵혀져  고단하게만 보이는데  인도인들에게는 살아 있는
동안 그 신성한 강물에 몸을  담그거나 물을 마시면 죄가 씻긴다는 그 신실한 믿음으로 평생을 염원하는
힌두 최고의 성지 인것이다.

같은 장소지만 바라나시의 밤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매일 저녁, 해가 진후에 거행되는 힌두교 의식을 보기위해 릭샤(인력거) 를 타고 갠지스 강으로 가는 길은
최악의 교통 지옥인데 인력거는 그런 인도의 좁고 복잡한 거리를 통과하는 중요한 교통 수단이 된다.
수없이 밀려드는 인파속에  마구 먼지를 일으키며 경적을 울려  대는 자동차와 오토릭샤,  앞이 보이지도
않게 물건을 가득 실은 마차들과 도로 한 중간을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는 소떼들 사이를 뚫고  수수껭이
처럼 마른 다리를 한 릭샤 왈라(인력거를 끄는 사람)는 초인간적인 힘으로 달린다.
하루 하루를 자신의  살을 깍아 돈을 벌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있는 곳이다.  

인도를 여행할때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위생 관념에 대해 걱정한다.  아무리 좋은 호텔에 머물러도 
 한발짝만 나서면 코를 찌르는 오물 냄새와  길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들 더미속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진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나면 누구나 몸을 사리고 경계하게 된다. 어떤 외국인들은
손으로 먹고 또 손으로 뒤를 처리하는 인도 사람들이 위생 관념이 없다고 경멸하지만 그러나 그런 불안한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지켜온 그들만의 위생관념이 따로 있다.

노란 가루라 불리는  카레는 그 강한 냄새때문에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손이가지 않지만 더운  기온의
인도에서 언제나 푹푹 끊여  나오는 음식이니 안전하고 생강, 정향등 온갖 나무  뿌리와 야채가 들어가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에  지친 몸의 기온을 낮춰 준다 한다.  
인도 사람들은 어렸을때부터 훈련을 받아서인지 오른손, 왼손 사용 구분이 확실한데 입에 들어가는 음식
을 집을때는 오른손,  그 외의 잡일은 왼손이 한다.  식당의 수저는 믿을수가 없기 때문에 “내 손이 내딸”,
나만 쓰는 내손이 가장 청결하다고 생각해서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고 뒷일을 볼때는  물을 사용해 자신의
왼손으로 뒤를 처리하는 인도 사람들은 오히려 남의 입에 수없이 들어갔다 나온 식당의 수저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뒷일을 볼때도 휴지를 쓰면서 더러운것을 몸에 남겨둔다고 선진국 사람들을
흉본다.  


미국에서 오스카 상을  받은 “ Slum dog millionaire 는 더럽고 지저분한 인도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어
사실 인도내에서는 인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현실적인 삶을 보여주는 영화는 인도에서 대접받지 못하는것
같다.  인도를 보려면 영화관에  가라고 한 말이 생각나  인도를 답사 여행했을때 델리에서 잠시 한가한
틈을 타 영화를 본적이 있었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할수 없지만 그 영화는 극도로 화려하고 주인공들은
헐리우드 배우 빰치게 하나같이 쭉쭉 빵빵 미남 미녀들이었다.  내용에 상관없이 아무때나 불쑥 불쑥
나오면서 요란한 춤과 노래들은 어릴때 처음으로 보았던 인도 영화 ‘신상’ 의 장면들과 달라진게 별로
없는듯 했다.    인도 사람들은 셋만 모이면 영화를 만든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영화를 즐기고 사랑한다
는데 하나같이 요란한 음악과 노래가 등장하는 화려한 내용들이라  한다. 이런 실제 생활과는 동떨어진,
현실감이 없는 인도의 영화들이 가난한 인도 사람들에게 우상시 되고 대접받는 이유는 현실은 비참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카스트제도에 묶여 있는 신분에 상관없이 최상의 신분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고 현실에서
이룰수없는 꿈을  마음껏 상상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의 발리우드는  한 대낮에도 꿈을 품고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인도 여행이  어느정도  익숙해질때쯤  우리 단체에서 서로 통하는  유행어가 있었다.
복잡한 도로에 소들이  길을 막고 있을때도, 타고 가던 기차가 아무 안내 방송도 없이 정착지가 아닌곳에
정차를 할때도, 돌아 서기만 하면 공중변소가 되는 길거리의 오염들로 코를 막아야 할때에도, 여행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한 일이 생길때마다  사람들은 한마디로 “인도니까” 하고 웃으며 넘어가는 여유가 생겼다.      
여행하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런 모습들이 또한 많은 여행자들을 지금도 인도로 끌어 들이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것이다.  

인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졌던 모든 고정관념과  편견을 내려놓고  경계하는 마음이 마음이 없어질때 쯤에
야   비로서 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해 하기 힘든  인도의 모순들조차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때  인도는 매혹적인, 진짜 얼굴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
이다. 인도에서 누릴수 있는 정신적인 풍요는 그 문화와 다양함을 즐기려는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나는 아직도 다  보지못한 인도의 또 다른 얼굴들이  궁금하다.

Joanne Han
www.hanstravel.com
http://www.flickr.com/photos/hanstravel/sets/72157616383397168/   (인도 여행 앨범)